거캠의 2024년 2학기 대주제는 '기후정의' 입니다. 기후는 과학과 가장 밀접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 교육에세이는 거캠에서 과학을 담당하고 있는 열음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하는 이유, 기후로 인해서 세대/국가/지역별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열음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
해리(이하 생략): 열음, 간단한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열음: 안녕하세요. 거꾸로캠퍼스에서 과학 교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 2학기부터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거캠에서 일하게 됐나요?
열음: 저는 학교라는 곳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학교 구성원이 되길 꿈꿨죠. 공교육이 추구하고 있는 이상적 가치에도 크게 공감하는 편이에요. 사실 거캠이 추구하는 것과 공교육의 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거캠과 다르게 공교육 현장에서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하기에는 현실적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교육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거캠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거캠은 원래 알고 계셨나요?
열음: 학교 선생님을 꿈꿨기 때문에 대학을 사범대로 진학했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그 때 당시에 세바시 영상 하나를 틀어줬어요. 지금 거꾸로캠퍼스의 모태가 된 거꾸로 교실 학습법 영상이었죠. 당시 정찬필 PD님이 거꾸로 이론을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거캠을 찾아봤어요. 그 후로 일반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많은 한계를 느꼈어요. 똑같은 수업, 입시 위주 시스템이 반복됐거든요. 학교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쯤 거캠에서 교사 모집 공고가 났어요. 이때다 싶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열음만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열음: 제가 명확하게 교육 철학을 잘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확신은 못하겠어요. 다만 경험주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요. 저도 어릴 때는 학교가 싫었어요. 중학교 때 만난 은사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선생님이란 꿈을 꾸지 않았을지도 모르고요. 덕분에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이 생기고 사범대를 진학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범대에 다니는 대학생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를 어느 정도 했던 사람들이잖아요. 반면에 일반 학교의 학생 구성원은 되게 다양해요. 입시 위주의 공부보다 예체능이 더 뛰어난 학생도 있고, 무작정 문제를 외우고 푸는 친구들보다 창의력이 돋보여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학생도 많아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좋은 교육을 실현하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을 다닐 때 저부터 많은 경험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사범대라는 상대적으로 닫힌 공간에서 열린 경험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거네요?
열음: 맞아요. 제가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꿈을 이해할 수 없잖아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서 제가 경험했던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열음은 과학 과목 담당이시잖아요. 과학 교육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도 있을까요?
열음: 철학이라기 보다는 학생들이 과학과 자신의 삶이 가깝다는 걸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요. “과학은 오감으로 만들어진 학문이다”에요. 우리가 갖고 있는 5개의 감각을 가지고 세상을 궁금해하면서 질문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게 과학 과목이에요. 학생들이 과학을 배우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오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대주제는 기후정의에요. 열음은 과학과 기후정의라는 대주제에 관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열음: 우선 실제 기후변화의 현 상황을 학생들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후랑 환경이라는 주제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후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과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근거와 다르게 개인이 인식하는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통해서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근거를 통해서 기후 문제를 바라보길 바래요.
그리고 지구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정의롭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과학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요. 물론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해결점이 생길 수도 있죠. 이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 기술이 발전하기만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한 곳에 모으는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과 상관없이 탄소량을 줄이겠다는 주장이 있어요. 그럼 언제까지 그 과학 기술 발전만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요?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봐야 해요.
열음의 이번 학기 학습 과정을 살펴보니 기후와 날씨의 차이를 알아보자는 내용이 있어요. 기후와 날씨가 다른 개념인건가요?
열음: 기후와 날씨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에요. 올해 날씨가 굉장히 오락가락했잖아요. 그래서 소나기도 많이 내리고 폭염도 오래 갔어요.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기후변화 진짜 심각하다”고 얘기해요. 하지만 날씨는 매일매일 바뀌는 상황을 측정한 것이고 기후는 30년 동안 전체적인 지역의 평균적인 날씨를 얘기하는 거예요. 우리가 단지 오늘 덥거나 춥다고 해서 기후가 변했다고 표현할 수 없는거죠.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해서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야!” 라고 주장하는 건 명백하게 잘못된 표현이라는거죠?
열음: 맞아요. 실제로 올해가 덥다고 얘기하지만 20년, 30년 전에도 갑자기 더웠던 날들은 존재해요.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웠던 시기들은 분명 존재하는데 이걸 가지고 기후변화라고 퉁친다면 다른 개념들까지 잘못 이해하게 될 확률이 높아져요. 기후는 30년 단위의 평균을 통해서 최근 30년의 변화를 비교하는 거예요. 과거보다 특이점이 발견될 만큼 변화가 있었는지, 아니면 과거와 크게 다른 게 없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선 기상(날씨)이 아니라 기후 데이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