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는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을 가장 오랫동안 경험해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죠. 거캠에서 기후정의를 주제로 과학 수업을 듣는 거캐머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필로는 기후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로 바라봤고, 오브는 환경 운동과 과학적 데이터를 결합한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거캐머가 바라보는 기후정의에 대해 알아봐요! 😁
해리(이하 생략): 두 분 간단한 자기소개 한번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필로: 올해 초에 들어와서 혜화랩(대주제와 과목을 연계하는 수업) 수업을 8개월 정도 듣고 있는 필로라고 합니다. 철학을 좋아해서 필로소피의 앞 두 글자를 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브: 저는 올해 8월에 입학해서 거캠에 들어온지 두 달 조금 된 오브라고 합니다.
두 분은 어떻게 거캠에 들어오게 됐나요?
필로: 어머니 친구분의 소개를 받아서 거캠을 알게됐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중심 대안학교라고 얘기를 들었죠. 중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이 말씀하는 것을 무작정 받아적는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없었어요. 저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었거든요. 마침 거캠이 그런 대안학교라는 얘기를 듣게 돼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됐죠.
오브: 제가 소위 서울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군지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스스로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성과는 나오지 않더라구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부터 이런 생활을 하게 됐는데 공부에만 몰두해야 하는 삶에 지쳐서 자퇴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 때 어머니가 거캠을 알려줬죠.
두 분 다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은 거네요?
오브: 그렇죠. 1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그 결과를 받지 못하면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앞서 제가 미국에서 살다 왔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보낸 중학교 시절과 한국의 중학교는 너무 달랐어요. 미국이 각자 하고 싶은 것 중심으로 방향을 정해준다면 한국은 공부 딱 하나만 하게 하는 분위기였어요.
필로: 어려움을 겪었다기 보다는 잘 안 맞는 것 같았어요. 저는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반 공교육은 그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잖아요.
지난 교육에세이에서 이번 학기 대주제인 기후정의에 관한 과학 수업 인터뷰를 열음과 진행했어요. 열음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두 분을 인터뷰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번 학기 수업과 거캠 생활은 어떤가요?
필로: 저는 과학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흥미가 적은 것 같아요. 사회, 정치 문제에 더 관심 깊거든요. 그런데 이번 학기 대주제인 기후정의는 과학과도 밀접하지만 정치, 사회 이슈이기도 해서 흥미롭게 참여하는 중입니다. 사실 기후 위기, 기후정의 문제는 정치의 위기나 다름없어요. 평소에도 기후 위기 자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것 같아서 이번 수업이 낯설지 않았어요.
오브: 저도 문과 성향이 커서 과학에는 큰 흥미가 없어요. 다만 이번 학기가 거캠에서 듣는 첫 수업인데, 일반 공교육 방식과 달라서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일반 학교에서는 과학에 대한 이론적 배경,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주입 된 지식만 듣잖아요. 그런데 거캠에선 어떤 이유로 기후 문제가 발생하는지 여러 이론에 대해 알려주고, 스스로 개념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줘요. 덕분에 매 수업 시간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가 자퇴를 했는데 오직 외우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은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과학에 대한 어떤 이론,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 해본 적 없어요. 그냥 외워야 하니깐 앞뒤 따지지 않고 외웠어요. 원소 주기율표를 무작정 외우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평소 기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필로: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치 문제를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후 문제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저는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에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생각하게 됐죠. 기후 위기의 가장 큰 문제는 탄소 배출과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문제잖아요. 자본주의를 통해서 자본이 넘치고, 소비가 과잉 되는 사회로 발전했기 때문에 기후 온도가 상승했다고 보여져요.
오브: 필로처럼 깊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막연하게 위기라고 얘기를 하니깐 그런 인식이 있는 정도였죠.
열음은 첫 수업에서 기후와 날씨에 대한 개념 정의를 명확하게 알려주려고 했어요. 두 분은 기후와 날씨의 개념이 다르단 걸 알고 있었나요?
필로: 네, 알고 있었어요. 다만 깊이 있게 알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태풍이 왜 점차 거세지는지, 홍수가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기후에 대한 개념을 통해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흔히 느끼고 있는 날씨의 변덕스러움은 단순하게 그 날 하루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적된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태풍은 왜 점점 거세지는 건가요?
필로: 오존층이 얇아지는 문제 때문이에요. 얇은 오존층으로 인해서 대서양으로 들어오는 햇빛양이 점차 많아지면서 바다 표면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어요. 그 효과 때문에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게 되고 더 강한 상승 기류를 만드는거죠. 오존층이 얇아지는 것은 순전히 인간 사회가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에요. 결국 산업혁명, 자본주의 체제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간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거예요.
오브: 저는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어요. 오히려 열음과 수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지금 상황을 기후 위기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열음은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첫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두 분이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나요?
필로: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인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게 중요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개념을 잘 아는 것보다 기후라는 문제를 각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 기후 문제는 인류의 실존적 위기라고 봐요. 지금은 일부가 불평등한 문제에 처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에게 다가올 재앙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건 내일 내가 얼마를 벌거냐, 주식이 얼마나 더 오를거냐와 같은 문제가 아니라 기후 문제를 계속해서 악화시키고 있는 경제, 사회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앞에 처한 심각한 기후 문제 극복을 위해서 새로운 사회와 체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이어지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오브: 저는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를 잘 구분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오늘 날씨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하지? 라고 표현하지 ‘기후가 왜 이렇게 나쁘지?’ 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다만 기후 변화가 날씨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요.